실손의료보험 가입자 3200만명 시대가 도래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보험'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며 '제2건강보험'이라는 칭을 듣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에서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며 자의든, 타의든 민영의료보험으로 자리 잡았다.

이 민영의료보험이 새해 초부터 시끌시끌하다. 보험료가 20%가량 오른 탓이다. 달걀값 폭등으로 설날에 전도 맘껏 부쳐 먹지 못했는데 장탄식이 새어 나온다. 상품에 가입하고 병원 한번 안 간 소비자들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손해보험업계는 도수치료 같은 불필요한 과잉치료가 보험료 인상을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도수치료는 쉽게말해 스포츠마사지류의 치료행위다. 이런 비급여항목이 늘어나다 보니 손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까지 치솟았다. 폭설로 도로가 미끄러운 겨울철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100%를 넘지 않는다. 업계는 도수치료나 백옥주사와 같은 과도한 의료행위가 한겨울 폭설보다 더 손해율을 높인다고 말한다. 이 같은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가입자 전체의 20%. 나머지 80%의 선량한 가입자들은 보험 혜택보다는 보험료 상승의 피해를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인 셈이다.

실손보험료가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0월부터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가격 규제의 빗장을 풀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붕어빵 상품'을 없애고 보험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규제벽을 낮췄다. 

이때 당국은 실손보험의 위험률 조정한도를 30%까지 올릴 수 있게 했다. 내리는 폭도 마찬가지다. 이를 보험사 입장에서는 조정한도 상한선까지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였다. 내년부터는 한도폭마저 사라진다.

이로 인해 해마다 실손보험료가 오르는 악순환을 고스란히 보험소비자가 떠안는 구조가 됐다. 실손보험은 이미 건강보험 재정으로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메워주는 '제2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는 근본적 원인을 더이상 간과해선 안 된다.

건강보험 의료체계에 대한 근원적 해결이 없다면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을 메워주는 유일한 방법은 보험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뿐이다.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숙제를 풀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