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너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뭐니?’, ‘꿈은 무엇이니?’
누구나 자라오며 한 번쯤은, 아니 어쩌면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적성에 따라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하고, 그 일을 업으로 삼으며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청춘들이 위와 같은 질문을 대하고서, 대개 ‘무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이제 ‘좋아하며 하고 싶은 일’을 가진 사람은 젊은이들에겐 하나의 선망의 대상처럼 여겨진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현실에 들이닥친 ‘꿈의 부재’에 낙심하기도 한다. 현재의 청춘들은 ‘단군 이래 가장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자라났지만 결국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이에 어떤 어른들은 그런 성장 환경 속에서 좋아하는 일 하나 건지지 못한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청춘들의 앞에 놓인 두 개의 벽 

많은 청춘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를, 또 그것을 삶의 중심에 이식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현재의 청춘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게 된 데에는, 물론 대학 입시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 현실에 책임이 있다.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택하는 교육 활동이 지금껏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일선의 목표였던 청춘들에게, 다양한 직업군과 직종을 탐구하고 체험해볼 기회는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올 때쯤에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청춘들에게 꿈이란 그저 막연하기만 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도 쉽게 결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현재 몸담은 업을 그만두고 과감히 다른 일에 뛰어드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도전의 결과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훗날 실패를 맞았을 경우 밀려들 후회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큰 무리 없이 번듯하게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과 자신의 선택을 비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벽 앞에서 대부분의 청춘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결행하기를 포기한다. 포기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기약 없이 유예하거나 다시 현실로 눈을 돌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려 애쓴다. 그러나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보람에 대한 갈증은 다시금 청춘들을 목마르게 만든다.

하지만 낙심하지는 말기를

어떤 이들은 그런 청춘들에게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쉽게 조언한다. 그리고 과감히 도전해 꿈을 이룬 체험담을 공개하며, 자신이 누리는 행복한 삶에 대해 설명한다. 청춘들은 그들의 이야기들을 접하고 부러워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삶을 따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서글퍼한다.

사실 필자는 그런 청춘들의 서글픔이 안타깝다. 일전에 봤던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한 20대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게 꼭 ‘죄인’같이 느껴진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낙심하거나 섣불리 자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 즐기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고 해서, 과연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그들은 도전을 통해 원하던 삶을 얻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삶이 온전하게 행복으로 충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덧붙여 좋아하는 일을 단순히 즐기는 것과 직업으로 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다른 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그 결과물로써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감은 자칫하면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아울러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에 너무 얽매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들이 꿈꾸던 삶을 이루려고 감내한 시간을 우리에게 온전히 대입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능력의 범위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그들의 방식을 곧이곧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 그들처럼 하지 못한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거기에 열정을 바치는 삶은 아름답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또 과감하게 결행하지 못한다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청춘들이 행복한 삶을 꿈꾸며 흘리는 땀과 눈물은, 꿈에게 바치는 것은 아닐지언정 거짓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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