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라인(High Line)’은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을 마주하며 남북으로 흐르는 길이 1마일(1.6㎞)의 도로공원이다. 고가 화물 철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해서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2009년 첫 구간을 오픈한 이후 2014년 마지막 구간 공사를 완료했다. 이제는 뉴욕 방문 관광객들이 누구나 한 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명소가 됐다.

단순한 도로같이 심플하고 정갈하게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하이라인 도로공원.

1930년대에 미트 패킹 지역의 육가공 상품을 뉴욕 인근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만든 고가철도가 이 곳에 있었다. 초기엔 기존 평지 도로에 철로가 있었으나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차에 보행자가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철도를 들어 올려 고가철도로 만들었다. 고기를 포장하던 공장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Meat Packing District’다.

원래 그 주변 지역인 첼시 지역과 서남부 지역은 공장이 많았다. 1900년대 초부터 이 지역엔 도살장과 육가공 공장 300여 곳이 있었다.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공장이 운영되었고 좀 더 많은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철도가 건설되었던 것이다. 1970년대 들어 냉장시설과 유통산업의 발달로 각 지역의 육가공 상품과 시스템이 발전하자 이 철도의 역할이 줄어들고 결국 1980년대 들어 운행이 정지된다.

오랫동안 철도는 폐쇄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주변 지역의 공장 폐쇄와 산업경기의 저하로 이 지역은 슬럼화되어 우범지역으로 변해버렸다. 마약과 매춘 등이 독버섯처럼 번창했다.

하이라인을 지켜낸 뉴욕의 관용성

1990년대 들어 뉴욕시장 줄리아니는 이 폐철도를 철거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고가철도 밑에 있는 토지 주인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철거 비용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냥 방치되어 있는 채로 또 10여 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에 하이라인 근처에 살고 있던 한 젊은이가 들고 일어났다.

순수한 뜻과 생각이 그의 친구들을 불러들였고 이들의 노력으로 뉴욕의 또 다른 명물이 탄생하게 된다. 그들은 이 폐철도를 그대로 보존하고자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뜻을 알리고 기부금을 부탁했다. 보존과 동시에 시민들의 쉼터로 꾸미고자 분투한다.

그 사이에 뉴욕시장도 블룸버그로 바뀐다. 신임 시장은 그들의 운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결국 동참하게 된다. 다수 기업인들의 기부로 공동 프로젝트가 구성되면서 민관협력 프로젝트 형태로 철도의 재생과 복원사업이 시작된다.

또 한 번 뉴욕시의 관용성과 지속성을 엿보게 된다. 뉴욕시는 하이라인을 지키려는 젊은이들의 운동을 높이 평가하고 시민이 원하는 것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지역 시민운동의 조력자로 남으면서 그들의 성공을 돕는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미트 패킹이나 첼시 지역은 별 특징이 없는 지역이다. 원래 유명한 지역은 건물이 완공되거나 이벤트를 열면 사람이 많이 모이지만, 허름한 지역이나 버려진 지역에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게 쉽지가 않다. 그런 단조로운 곳에 참신한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것이다.

하이라인의 자연주의 소통법

하이라인은 단순한 폐철도의 공원화라고 말할 수 있다. 휘황찬란하거나 웅대하고 값비싼 재료로 구성된 건축물도 아닌 그저 단순한 도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민간의 협력, 상호 이해성, 미래를 내다보며 서두르지 않는 긴 호흡의 자세와 고민들이 담겨져 있다는 점을 우리는 천천히 곱씹어봐야 한다. 철거 계획부터 공원 완성까지 무려 20여 년이 걸렸다.

우리의 서울역 고가공원 결정 과정과 뉴욕 하이라인 공원화 과정을 비교해 보면 많은 생각이 오간다. 뉴욕 하이라인의 공원화 과정을 보면 그 지난한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지혜롭게 함께한 커뮤니케이션 자세가 돋보인다. 그들의 민관협력 방식과 고민의 흔적들을 우리는 좇아가야 한다.

뉴욕시는 폐철도를 걷어내고 그 길을 평탄하게 만들면서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도로 겸 공원을 만들었는데, 공원이라기보다 둘레길 같은 개념이 강하다. 그리고 길 주변에 꽃과 식물을 심었다.

식물도 그냥 식물이 아니다. 겉보기엔 잡초가 무성한 단순한 공원으로 보일 수 있다. 특별하게 화려하거나 희귀한 식물들로 채워지지도 않았다. 어찌 보면 들판에 나 있는 이름 모를 잡초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원의 전통적인 방식인 화훼 식물보다는 여러해살이 풀이나 관목을 심어 야생초지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꽃은 잘 보이지 않고 드러내놓고 피어있지도 않다. 줄기나 잎, 뿌리를 오히려 부각시켜 놓았다. 때론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식물 자체의 개성을 살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이도록 조경했다.

오는 4월에 완공되는 서울역 고가공원도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서울의 새로운 명물이 될지 자못 궁금하다.

미국 Nest Seekers International 한국지사장 · 뉴욕주 부동산 세일즈퍼슨 /  Henry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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