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에서 성수역까지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 종종 외근을 다니는 A씨는 최근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바뀌었다는 차내 안내방송을 듣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A씨는 “그동안 신천역 대신 잠실새내역이란 방송이 나왔을 텐데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앞에 ‘잠실’만 듣고 ‘잠실인가보다’ 하고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지방에서 올라와 잠실역을 가기 위해 지하철 2호선을 탄 B씨. 잠실이라는 방송을 듣고 내렸지만 알고 보니 잠실새내역이었다. B씨는 “신촌역과 신천역을 혼동할 우려가 있어 역명을 잠실새내역으로 바꿨다고 들었다”며 “외지인 입장에선 잠실새내, 잠실역, 잠실나루가 더 헷갈린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변경됐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주변 표지판이나 안내판이 그대로라 역명이 바뀐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인 것은 물론, 반복되는 ‘잠실’이란 이름에 역 구분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천역명 변경이 본격 논의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그해 신천역이 신천동이 아닌 잠실동에 위치하고, 외지인이 신촌역과 신천역을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송파구의회가 신천역의 이름을 ‘신잠실역’으로 바꾸는 내용의 건의안을 채택한 게 시작이다.

송파구에서는 앞서 2010년 비슷한 이유로 역명 변경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2호선 ‘잠실나루역’이 그 주인공이다. 잠실나루역의 이름은 원래 성내역이었다. 성내천에서 따온 것이었지만 강동구 성내동과 헷갈린다는 승객들의 민원에 잠실나루역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신천역 변경 요청 건에 대해서는 비슷한 이름의 잠실역과 잠실나루역이 있다는 의견으로 거절했다. 이후 2014년 지역 정치인과 주민대표 등이 신잠실역 또는 잠실새내역으로 바꿔달라 다시 건의했고, 시는 결국 2015년 10월 잠실새내역으로의 변경을 결정했다.

문제는 애초 서울시가 우려했던 대로 ‘잠실’이란 지명이 세 번이나 연속해 나오면서 외지인들의 혼란이 더 커졌다는 데 있다.

물론, 잠실 외 ‘반포’라는 동명도 지하철역에 세 차례가 쓰이고 있다. 다만 반포는 7호선(반포역)과 9호선(구반포·신반포역) 두 개 노선으로 구분된다. 한 노선에 연달아서 세 번이 등장하는 동명은 잠실이 처음이다. 잠실 거주민이 아니고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하철역명만 잠실새내역으로 바뀌었을 뿐, 도로에 있는 이정표나 버스정류장명 등에서는 여전히 신천역이란 이름이 등장한다. 역명 변경을 고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하철은 서울메트로, 이정표는 송파구 등 소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각각 작업이 이뤄지면서다.

이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지역 이기주의’라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 잠실주공1~4단지가 재건축 돼 잠실새내역 일대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이후 신천역 먹자골목, 신천역 새마을시장 등의 이미지에 불만을 품고 익숙한 이름을 버렸다는 설명이다.

잠실동 S부동산 대표는 “집값을 생각하지 않고 역명에 잠실을 넣었다면 거짓말 아니겠냐”며 “어쨌든 잠실새내역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민들은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L부동산 관계자도 “2010년 이름이 바뀐 잠실나루역을 아직도 성내역이라 부르는 사람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야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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