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김 작용할 것..낙하산 꼼수”..은행 노조 반발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려는 정부 내 움직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은행 노조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17일 "공기업 지정은 한국전력과 같은 독과점 기업에 적용하는 잣대"라며 "시장에서 은행업을 하는 산업은행에 맞지 않은 규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지부는 특히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을 한 것에 대해 일본과 유럽연합 등이 보조금 이슈를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역시 "기업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된다면 정부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허수아비 공기업이 될 것"이라며 "공기업 편입은 정부가 자기 사람 앉힐 자리를 만들고 싶어 갖은 핑곗거리를 만드는 악질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기존 금융위원회에 더해 기획재정부의 결재도 필요하게 되는 산은과 기은 또한 불편한 내색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양쪽의 결재를 받다 보면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내 이같은 반발은 이달 31일께 예정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1월 말 공운위를 열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공공기관의 신규지정 및 해제, 분류 변경 등을 결정한다.

당초 산은과 기은은 2012년 1월 이명박 정부의 기업공개를 통한 민영화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가 박근혜 정부인 2014년 1월 다시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됐다. 기타공공기관은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과 달리 정부의 경영평가를 받지 않고 이사회 운영이나 임원 임명 등에 대해서도 자율성이 보장된다.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담당하는 기재부는 산은의 공기업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그 이유로 지난해 빚어진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를 든다. 금융당국에 감독을 맡긴 것이 산은의 부실을 방관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앞으로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감독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산은이 많은 부실을 야기시켰고 경영에 문제가 있어 공기업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구조조정에 정부가 한다는 모습으로 외국에 비치면 안 된다는 금융위의 반대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실무자 수준에서 미팅하고 있다"며 "논의가 계속해서 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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