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파크자이(위)와 방배아트자이(아래) 84A타입 평면도. 비슷한 시기 분양했지만 연수파크자이는 4베이가 적용된 반면 방배아트자이는 3베이가 적용됐다. <자이 홈페이지>

내 집 마련을 위해 최근 서울에서 문을 여는 모델하우스마다 찾아다닌 박영주(40) 씨는 전용면적 84㎡ 세대 유닛을 볼 때마다 언제 적 평면인지 눈살이 찌푸려진다. 59㎡ 소형조차 4베이 평면이 나오는 세상에 서울 84㎡ 아파트만 3베이 평면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상담원에게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왜 84㎡를 3베이로 짓는지 물어보니 재건축·재개발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도 보는 눈이 있을 텐데 84㎡ 4베이에 살고 싶지 않은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84㎡ 아파트 대부분 4베이, 또는 그 이상의 평면이 제공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만은 3베이가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베이(bay)란 아파트 전면부에 배치된 방이나 거실 등 벽면으로 나뉘어 독립화된 공간의 수를 말한다. 베이가 많을수록 채광·통풍에 유리하고 확장할 수 있는 발코니 공간이 넓어, 2000년대 중후반부터 다(多)베이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분양되는 84㎡ 아파트에서는 4베이 평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부 3베이거나 4베이가 있더라도 일부 타입에만 적용되고, 주력 타입은 3베이로 설계되는 탓이다. 올 들어 분양한 ‘e편한세상염창’과 ‘방배아트자이’ 84㎡도 3베이 평면만 제공됐다.

이처럼 서울의 아파트 평면만 유독 2000년대 초반에 머무르는 데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분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은 조합원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용적률을 최대화해 일반분양 물량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4베이 평면으로는 주어진 용적률을 모두 활용하기가 어려워진다.

베이가 많아지면 집 모양이 납작해져 각 동의 길이가 길어지게 된다. 이 경우 건축법과 시조례에서 정한 동간 거리와 채광 규정 등에 따라 배치하기가 까다로워지고, 같은 공간에 들어가는 가구수도 줄어든다.  

설계업계 관계자는 “4베이면 전면으로 창문이 4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채광을 위해 동 배치를 틀어야 하고, 인동거리도 확인할 부분이 많아진다”며 “수익을 위해 용적률 1%가 아까운 조합에서는 4베이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3베이로 5개 동 지을 것을 4베이로 4개 동밖에 못 짓는 상황에서 조합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4베이로 진행할 수가 없다”며 “3베이와 4베이 평면을 조합에 내밀면 4베이에 살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작 수익 때문에 3베이 평면을 택한다”고 전했다.

재건축·재개발의 긴 사업 기간도 4베이 평면을 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평면은 사업시행인가 시점에서 확정되는데, 수년 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도 경기침체를 이유로 최근에야 분양에 들어간 단지들이 상당하다. 그때 당시에는 3베이가 뒤처지는 평면이 아니었던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신도시나 수도권 외곽지역은 상품이 나쁘면 안 팔리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평면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이제 재건축·재개발을 준비하는 단지들은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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