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돈의문뉴타운에 들어서는 경희궁 자이. 2014년 11월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으나 지난달 1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며 2년여 만에 서울 사대문 안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거듭났다. 사진은 경희궁 자이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GS건설 제공>

#다음 달 입주에 들어가는 서울 종로구 돈의문뉴타운 ‘경희궁 자이’의 최근 전용면적 84㎡ 매매가가 10억원을 넘어섰다. 경희궁 자이는 지난 2014년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던 단지다. 당시 84㎡ 분양가는 7억8000만원대였다. 그러나 불과 2년여 만에 서울 사대문 안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거듭났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광화문·시청 등까지 걸어도 15~20분밖에 걸리지 않아 도심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며 “소형은 매물이 없어 거래가 안 되고, 찾는 사람이 늘면서 11억원까지 가격을 올린 84㎡ 물건도 있다”고 말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업무지구와 가까운 직주근접 아파트가 인기다.

출·퇴근이 쉬워 실수요층이 두터운 데다,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도 많다 보니 자연스레 거래가 늘고 가격도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작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22%를 기록했다. 재건축 호재가 있었던 강남구(5.29%)와 서초구(5.56%), 송파구(5.69%)의 아파트값이 단연 많이 올랐지만 마포구(5.90%), 영등포구(5.39%), 서대문구(4.86%), 용산구(4.51%) 등도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전세가 상승세도 거셌다. 마포구가 6.67%로 작년 한해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올랐고, 서대문구 5.59%, 용산구 4.55%, 영등포구 4.00%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3.09% 뛰었다.

지난해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강세를 보인 지역의 공통점은 도심·여의도 등 업무지구와의 접근성이 좋다는 데 있다. 출·퇴근하기 쉬운 지역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가 상승하고 그에 맞춰 또 전세가가 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출·퇴근 시간과 거리는 수요자들이 집을 선택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누구나 직장과 가까운 집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가격도 강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같은 구에서도 얼마나 빠른 출·퇴근이 가능하냐에 따라 매매가가 갈리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에 의하면 영등포구에서도 여의도 업무권역인 여의도동과 당산동5가의 3.3㎡당 아파트값은 각각 2510만원, 1823만원이다. 영등포구(1711만원)에서 랭킹 1·2위다.

도심 업무권역과 가까운 중구에서는 회현동1·2가(2230만원, 2295만원)와 만리동(1949만원)의 매매가가 높다. 또 서대문구에서는 북아현동(2136만원), 냉천동(1896만원)이 비싸다. 이들 지역 모두 서울역과 광화문, 시청 등으로 1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직주근접 아파트의 인기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외 악재로 부동산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임에 따라 수요가 탄탄한 지역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중구 신당11구역에서 분양 예정인 ‘신당 KCC스위첸’은 서울 첫 잔금대출 규제 적용 단지임에도 수요자들의 문의가 꾸준하다. 분양 관계자는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30~40대의 전화가 많다”며 “대출 문제도 있지만 입지적으로도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 개인 여가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직주근접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며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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