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는 YOLO!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YOLO(욜로)’라는 대화명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 대화명 위에는 대개 에펠탑을 배경으로 두 팔을 벌리거나, 이국적인 도시와 자연의 풍광 아래서 자전거를 탄 채 웃고 있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여행을 갔구나, 그런가 보다’ 하며 신경 쓰지 않았고, 욜로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고백하자면, 실은 필자도 최근에야 그 뜻을 알게 되었다.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인 욜로는, 번역하자면 ‘단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뜻이다. 미래를 향한 우려와 대비는 접어두고, 현재의 나에게 오롯이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욜로족’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집단을 탄생시켰다. 욜로족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현재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적극적인 소비를 지향한다. 그동안엔 돈을 모으느라 섣불리 열지 못했던 지갑을 과감하게 꺼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욜로족의 ‘오늘만 사는 소비’를 단순히 사치와 충동구매로 치부한다면 오산이다. <트렌트 코리아 2017>에서 김난도 교수는 욜로족들이 ‘위시리스트’가 아닌 ‘버킷리스트’의 목록을 지워나간다고 정확하게 짚었다. 욜로족들은 이를테면 여행이나 학습, 취미나 흥밋거리 따위의 정신적인 소비를 선호한다. 값비싼 외제차나 명품 가방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그럼으로써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소비를 열망하는 것이다.

YOLO가 의미하는 것

욜로라는 트렌드가 대체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를 위해 거침없이 투자하는 소비 방식은, 무릇 알뜰살뜰함을 미덕으로 삼던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욜로족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사실상 ‘칠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라는 용어를 양산하는 현 사회는 젊은 세대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기성세대가 그래 왔듯, 연애와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삶의 패턴을 따라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욜로족으로 전향하는 젊은이들은 이제 그런 전형적인 인생 행보에 올라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진정으로 만족할만한 현재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것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한 번뿐인 인생을 나름의 가치로 채우겠다는 분연한 의지로 보인다. 그리고 한편으론 사회가 정한 평범한 삶을 순순히 단념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YOLO의 미래는 암울하다?

물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욜로는 미래를 위한 저축이 미덕같이 여겨지는 기성세대의 경제 가치관과 완벽하게 대치된다. 어찌 보면 욜로족들은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어려운 현실에서 마냥 도피하려는 집단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욜로족들을 따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한 그들의 노후가 빈곤하고 암울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저금리와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시대에서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가 풍족한 노후를 확실히 보장할지는 미지수다. 우리의 앞날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고, 현 시각에도 노인 일자리 부재는 사회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젊은이들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 연금은 2060년 무렵에 고갈될 전망이다. 거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하고 돈을 모아야 할지 모른다. 그때도 우리는 닥칠 미래를 위해 현재를 끊임없이 포기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과연 그때가 되면, 우리는 온전히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또 행복할 수 있을까.

YOLO도 행복을 지향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욜로족의 탄생이 현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에 두고 스스로 백기를 들어버렸다는 지적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욜로가 나름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는 하나의 능동적인 방식임은 인정해야 한다. 추구하는 행복의 시점이 다를 뿐, 욜로도 결국엔 행복해지고자 하는 뚜렷한 몸짓이자 목소리인 것이다. 그들과 달리 착실하게 미래를 차곡차곡 준비한다 해서, 그것이 이후의 삶에 행복의 궤적만을 그릴 거란 보장은 없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가치관과 행복을 발견하는 과정을 우리는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미래를 포기함으로써 현재로부터 얻는 것은 무엇인지, 또 한편으로 우리가 현재를 인내함으로써 미래로부터 일구어낼 것은 무엇일지. 욜로를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행복에 대해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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