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와 관계없이 역세권 중소형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단지 안에서도 역과의 거리, 소음 여부 등 외부 환경에 따라 가격 차이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벌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역세권 아파트’라면 좋을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버리고, 반드시 현장 방문을 통해 동별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입주에 들어간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센트라스’는 동일한 전용면적(이하 동일) 84㎡라도 매매가가 6억원대 후반부터 8억원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한 단지에서 수천~수억원씩 가격이 벌어질 때는 조망권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이 단지는 주변으로 감상할 만한 산이나 강(천)이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가격이 차이를 보이는 데는 다양한 평면과 더불어 지하철역까지의 거리가 꼽힌다. 단지 규모가 2500여 가구에 달하다 보니 동에 따라 역까지 짧게는 1분, 길게는 10분 가까이 소요되는 것이다.

2호선 상왕십리역과 바로 연결되는 129동과 130동이 가격도 단연 강세다. 이 동에 위치한 84㎡는 현재 7억8000만~8억2500만원까지 매물이 나온다. 이에 반해 상왕십리역은 물론 신당역과도 600여m 떨어진 105동·106동에서는 6억9000만~7억6000만원에 물건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공급 당시 129·130동과 105·106동의 최고 분양가는 각각 6억6000만원대와 6억4000만원대로 책정된 바 있다. 1년 10개월 만에 2000만원이던 격차가 1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단일 단지로는 서울 최대 규모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도 마찬가지다. 단지 자체는 지하철 8호선 송파역 초입에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하지만 규모가 9510가구나 되다 보니 동별로 거리 차가 크다.

예컨대 주출입구쪽의 403동, 404동, 511동, 512동, 517동은 역까지 도보 1분여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편의 102동, 105동, 108동, 111동까지는 15분가량 소요된다.

이에 지하철과 가까운 동에서 나오는 84㎡ 분양권은 9억8000만~10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된 반면, 반대편은 9억1000만~9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111동은 99㎡ 대형인데도 10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역 가까운 84㎡와 비슷한 가격이다.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같은 84㎡라도 역과 먼 저층, 역과 가까운 고층과는 1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며 “같은 층을 기준으로 하면 역과 가까운 동이 그렇지 않은 동보다 5000만~6000만원 정도 비싸고, 여기에 평면까지 좋으면 매물이 아예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헬리오시티 이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역시 2호선 잠실나루역 바로 앞에 위치한 107동과 108동에서는 84㎡의 매매가가 11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이에 비해 잠실나루역과 1㎞가량 떨어진 311~314동은 9억2000만~9억8000만원 수준이다.

1호선·기차역 주변은 거리보다는 소음에 더 민감하다. 지상으로 열차가 다니는 탓에 소음이 심하고 미관도 좋지 않은 탓이다. 역과는 멀더라도 소음이 덜한 안쪽 동이 선호된다.

지난 2002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입주한 ‘푸르지오’가 대표적이다. 단지 바로 앞이 국철·기차역 영등포역인 101·201·202동보다 역과 먼 부지 뒤편 112·113·216동보다 인기가 없다.

전용면적 79㎡를 기준으로 철길과 인접한 동은 4억8000만~5억4000만원에, 뒤쪽 동은 5억1000만~5억7000만원에 물건이 나와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요즘 2000~3000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아파트가 늘면서 단지 안에서도 입지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한 번 벌어진 매매가는 유지되거나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