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울 여의도에서 2억4000만원에 전용면적(이하 동일) 49㎡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은 A씨. 재계약을 앞두고 시세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그 사이 3억2000만~3억4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전셋값이 오른 것이다. 최근 전세시장이 한풀 꺾였다느니 역세전난이 우려된다느니 등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A씨는 전혀 실감을 못하고 있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들어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의 안정세가 뚜렷해졌다.

수도권 전셋값은 2012년 8월 상승전환한 뒤 2014년 3월까지 2년 가까이 올랐다. 이후 4월 한 달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5월부터 다시 상승해, 현재까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2월 첫 주 0.03%, 둘째 주 0.02%, 셋째 주 0.02% 등 상승폭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겨울과 함께 비수기로 꼽히는 7~8월 여름에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매주 0.05~0.07%씩 뛰었고, 1년 전인 작년 12월에는 0.10~0.11% 오른 바 있다.

서울 마포와 성동구 일부에선 불과 2~3개월 전보다 수천만원 떨어진 전세가 나오기도 한다. 대단지 입주와 맞물려 일시에 전세 물건이 출시돼서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10월 6억9000만원까지 거래가 됐지만 이달 들어 6억원짜리 전세가 나왔다. 인근 공덕자이 역시 지난 가을엔 7억원에 계약서를 적었지만 요즘 출시되는 물건의 가격은 6억원대 초중반이다.

성동구는 하락폭이 더 크다. 하왕십리동의 센트라스 84㎡는 10월까지만도 6억원 이하 매물을 찾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5억원대에서 출시되고 있다. 이 기간 옥수동의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도 이 기간 7억원대에서 6억원 초반대로 1억원 넘게 전세금이 뒷걸음질쳤다.

문제는 새로 전세를 구하는 경우가 아니고선 이 같은 전셋값 하락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연장 또는 이사 등의 방법으로 2년 만에 다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은 작년과 올해 초까지 오른 금액을 얹어 계약을 해야 하는 탓이다.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이달 기준 수도권 아파트 3.3㎡당 전셋값은 954만원으로, 2014년 12월 773만원보다 23.4% 올랐다. 특히 서울은 1049만원에서 1307만원으로 24.6% 뛰었다. 재계약하는 경우 59㎡(25평형)는 6400만원, 85㎡(33평형)은 8500만원을 올려줘야 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 가을과 비교해 전셋값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의 부담은 줄지 않는 모습이다.

예컨대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텐즈힐 84㎡는 2년 전 4억5000만원 전후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가을 센트라스 입주와 함께 최근 시세가 5억원대 중반까지 낮아졌다지만 재계약하는 사람 입장에선 여전히 1억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공덕자이 역시 2014년 4분기엔 각각 84㎡가 4억1000만~4억8000만원, 4억2000만~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현재 전세 매물 최저가 6억원과 6억원대 중반과는 1억원 이상 차이를 보인다.

하왕십리동의 S중개업소 대표는 “재계약하려는 사람들이 요즘 전셋값 떨어졌다면서 왜 이렇게 비싸냐는 문의를 많이 한다”며 “1~2개월 전 최고가일 때보다 내렸을 뿐,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2017~2018년 입주대란과 맞물려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하락할 수는 있겠지만 최근 몇 년간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실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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