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가는 법도 배우는 세상

강남과 종로 일대에는 늘 인파가 북적인다. 아침이 되면 그곳에서 일하는 직장인들과 그곳에서 일하길 바라는 취업 준비생들이 각자의 치열한 하루를 시작한다. 굵직굵직한 기업들과 스펙을 쌓기 위한 학원가가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은 퍽 재미있다. 그곳은 직장인들과 취업 준비생들의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 꿈틀대는 곳이다.

얼마 전 한 기사에서 성행하고 있는 ‘취업 학원’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그 학원에서는 면접과 자소서, 인적성 검사 등등 입사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겨울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이 앞다퉈 등록하고 있다고도 했다. 특징적인 건 ‘삼성반’, ‘현대차반’ 등 굴지의 대기업들의 이름을 딴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는 거였다. 2010년 초부터 등장했다는 이런 학원과 강좌는 이미 취업 준비생들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월 수강료가 1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춘들은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한다. 특정 대기업에 취직하는 방법을 돈을 받고 가르쳐주겠다는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청춘들의 취업 욕구와 그에 대한 절실함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청춘에게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장소, 학원 

사실 청춘들의 삶에 있어 학원은 늘 함께해왔다. 지금의 청춘들은 걸음마를 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대개 사교육을 받아왔다. 이 글을 읽는 20, 30대 분들이라면, 대부분은 학교를 마치고 밤늦도록 학원가에 머물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교육 업체들의 주요 고객이었던 중고교생 인구가 줄면서 업체들도 살길을 도모하는 중이다. 그런고로 현 사회에서 사교육은 그 시기와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막 말문이 트인 유아들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치는 영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체육과 시험을 치르기 위해 농구 과외를 받는 것은 이제 놀랄만한 풍경이 아니다.

아무튼, 자라오며 학원에서 공부했던 청년들은 성인이 되어도 다시 학원에 가야 한다. 목적은 대입에서 취업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부모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다닐 학원을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취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유리한 스펙이 없는지 탐색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자격증이나 교육을 하는 곳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에 발맞춰 사교육 업체들은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과 입맛을 당기는 교육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구매를 유도한다. 때로는 기업에서 원할만한 ‘추천 스펙’을 찾아 상품을 만들어 홍보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사교육 업체는 교육 기관이 아닌 ‘업체’로써의 정체성을 지키고 본분을 다한다. 그리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고객’의 신분이 된다. 이것이 현재 취업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사교육 생태계의 작동원리다.

경제적 부담에 멍드는 청춘들

취업을 위해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니며 스펙을 쌓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취업난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의 자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삼성반’에 등록해 다니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양질의 정보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다. 청춘들은 이것저것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 장착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얻기 힘든 스펙들은 할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 사교육은 스펙을 얻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주고, 전문 강사들에 의해 깊이 있는 정보들을 제공한다. 어학 성적이나 유통, 회계 관련 자격증 따위가 그렇다. 하지만 그 비용을 고스란히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청춘들에겐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홀로 생계를 꾸리며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형편이 좋지 않아 쉽사리 손 벌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부모의 지원을 받는 청년들에게도 사교육비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러면 사교육과 이어지는 시험은 어떨까. 많은 이에게 익숙한 토익 시험을 예로 살펴보자. 이제는 어학 스펙이 영어에서 중국어로 넘어가는 추세라곤 하지만, 토익은 여전히 취업 준비생들의 신분증과도 같다. 사실 시험을 치러봤던 분들은 알겠지만 응시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 게다가 토익 시험은 목표 점수를 받기 위해, 몇 개월간 걸쳐서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토익과 더불어 회화 영역을 평가하는 ‘토익 스피킹’은 응시료가 더 비싸다. 외람된 말일 수도 있지만 토익을 주관하는 ‘ETS’는 우리나라 같은 최적의 시장이 있음을 정말 감사해야 한다. 그들이 부디 성적 만료 기간만은 당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청춘은 오늘도 학원에 간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스펙 쌓기가 무조건적인 취업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지불한 비용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 해서, 목표한 기업에 맘대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 지원과 탈락을 반복하는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떤 경우엔 집에서 ‘돈 잡아먹는 귀신’ 신세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춘들은 오늘도 학원을 오가며, 학원가 저편에 서 있는 찬란한 빌딩들을 바라볼 것이다. 학원들은 그런 청춘들을 끌어들이며 이윤을 얻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학원을 비롯한 업체들은 ‘사설’ 기관이고, 정당한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의 홍보와 판촉에 대해 나쁘게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취직해 먹고 살아보려는 청춘들과 그들의 절실함을 불러보아 이윤을 남기려 하는 학원의 모습이 그저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다. 모쪼록 많은 청춘들이 스스로 지불하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합당하게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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