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시대, 그러나 아직은 어색하다

여러분은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예전만 하더라도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일종의 궁상처럼 여겨졌다. 혼자 뭔가를 먹는다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음주를 즐기는 ‘혼밥’이 하나의 번듯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나 홀로 생활을 영위하는 젊은 세대들을 필두로, 오롯이 나 혼자만을 위한 소비를 뜻하는 ‘1코노미’가 소비 시장의 새로운 바람으로 불고 있다. ‘혼밥족’들을 위한 1인 식당들도 이런 물결을 타고 속속 문을 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 식당에 들어가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다소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인터넷 안에서는 편의점부터 술집까지 혼자 밥을 먹는 단계가 표로 정리되어 전해진다. ‘밥을 혼자 먹으면 인간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관념도 우리 주위에 크든 작든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왜 밥을 혼자 먹게 되었나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겸상’의 의미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량을 수확하던 시대의 겸상은 그들 스스로 얻은 음식을 서로 나누었던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현대 도시인들에게 겸상은 타인과의 관계 생성 혹은 유지의 목적이 두드러진다. 다시 말해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결국 필요에 의해 인간관계를 만들고, 또 계속해서 이끌어 가기 위함이다. 그 목적이 정서적이든 사업적이든 말이다.

그러나 많은 현대인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경쟁 심리를 느껴야 하는 청춘들에겐 더욱 그럴 것이다. 청춘을 비롯한 현대인들에게 필수 과제가 되어버린 인맥 쌓기는 더 이상 정서적 교감이라는 순수한 목적을 띠지 않는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그런 이들이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과 식사하며 겪는 압박감과 우울에서 벗어나겠다는 적극적인 몸짓인 것이다. 거기에 1인 가구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능동적으로 향유하려는 경향은 이런 세태를 심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자의로 혼밥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할 시간도 사람도 없어서 등 떠밀리듯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 서두에 이야기한 ‘혼밥 단계’가 그런 이들의 존재를 대변해주고 있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화장실에서 몰래 식사를 해결하는 사례들도 인터넷 안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혼자 먹기 좋은 음식이나 식당을 추천하는 블로거들은 그런 이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전하기도 한다.

혼자 밥을 먹는 게 뭐 어떤가

생각해보면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우리는 식사하며 서로 밥을 떠먹여 주지 않는다. 각자 수저와 젓가락을 이용해 스스로 입에 음식을 넣는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어찌 보면 피곤한 일일 수도 있다. 우선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서로의 취향과 의사를 절충해 음식을 골라야 한다. 많은 이들이 그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누군가와 식사 약속을 했을 때, 메뉴를 정하지 못해 음식점 여기저기를 두리번대거나 맛집 블로그를 뒤져본 기억이 여럿 있을 것이다.

식사의 본질적인 목적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섭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단순히 살기 위해 밥을 먹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식사는 맛있는 것을 입 안에 넣고 배 속을 채워 미각의 충족과 포만감을 얻는 과정이다. 아무리 바쁘고 혹은 함께할 사람이 없어 홀로 끼니를 때운다 해도, 누구나 본인의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혼밥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도 마땅히 즐겁게 음식을 즐겨야 한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은 즐거운 혼밥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늘 혼자 음식을 먹고, 누구와도 어떤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저 음식의 형태와 맛, 식감에 모든 감각을 곤두세운다. 그는 밥을 먹을 때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필자는 모든 이들이 음식을 맛보는 그 모든 순간순간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누군가와 함께 먹든 혼자 먹든 식사는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혼밥과 혼술은 이 사회의 더욱 보편적인 경향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혼자는 외롭다는 인식은 이제 낡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혼밥, 혼술은 더 이상 창피한 것이 아니다. 혼자 먹든 함께 먹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은 삶에 있어 즐겁고 고귀한 순간이다. 도통 살맛 안 나는 시대에 눈치 보지 말고 밥이라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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