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A씨. 초고층으로 짓겠다는 추진위와 층수를 제한하는 서울시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시의 요구대로 35층까지만 올리고 사업 속도를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층수에 따라 용적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반분양 가구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사업을 빨리 진행하는 게 이익이라는 생각에서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1·3부동산대책 여파로 서울 재건축 매매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초고층 추진마저 제동이 걸리면서 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현재 50층 이상 초고층을 희망하는 곳들은 압구정동·여의도동 일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주공5단지 등이다.

이 가운데 여의도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도심으로 지정돼 상업·준주거용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하면 51층 이상으로 지을 수 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도 주상복합아파트는 50층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그 외 지역의 주거지역 건물 층수는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10월 압구정동 재건축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지구단위계획을 공개했다.

이어 지난달 최고 50층 주상복합건물로 재건축하겠다는 잠실주공5단지에 대해 재검토 지침을 전달했다. 이달 초에는 대치은마아파트가 지난 9월 국제설계 현상공모를 통해 선정한 최고 50층 높이의 설계안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지만 반려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초고층을 포기하고 사업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의 주장은 용적률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층수만 높인다고 사업성이 눈에 띄게 나아질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재건축 때 사업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용적률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용적률과 허용 가능한 용적률이 차이가 클수록 사업성이 높다. 그만큼 늘어나는 가구수가 많아져 분양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용적률이 같으면 층수가 높든 낮든 증가하는 가구수는 동일하다. 용적률 상향 없이 층수만 높이는 것은 원칙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공사비를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는 35층 이상이 되면 준초고층이 돼 코아벽체 및 구조체의 단면적이 2배 증가한다. 또 50층까지 올라가면 특수 구조 검토와 피난 및 방재 관련 추가 설비 등이 추가된다. 이 경우 보통 공사비보다 2배 이상이 비싸진다.

문제는 최근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대부분의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이라는 데 있다. 제3종일반주거의 경우 허용 가능한 용적률이 300%다. 이마저도 기부채납과 임대주택을 넣어야 받을 수 있는 최대치로, 일반분양할 수 있는 가구수는 거의 없는 셈이다.

장재현 팀장은 “일반분양분이 줄면 재건축 조합의 이익이 줄게 된다.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익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가격을 올려야 한다. 몇 층으로 짓든 늘어나는 가구수는 같은데도 재건축 단지들이 초고층에 목을 매는 이유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특히 조망권이 달려 있는 한강변 단지일수록 층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세대를 더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재 38층으로 서초구 반포지구 최고 이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는 부동산경기가 최악일 때 분양하면서도 3.3㎡당 최고 5000만원대에 가격을 책정했다. 덕분에 당시 전용면적 84㎡를 소유한 조합원이 같은 면적을 신청하면 추가분담금은커녕 7억~8억원의 환급금을 거머쥐었다.

최고 56층으로 지어진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는 일반분양 없는 일대일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했지만 조합원의 시세 차익이 수억원에 달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재건축 전인 2010년 이 아파트 전용 121㎡의 최고 거래가는 13억3000만원이었지만 재건축 후 지난 7월 124㎡ 54층짜리가 25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추가분담금 5억4000여만원을 감안해도 7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이다.

강남 특유의 자존심도 초고층에 집착하는 이유로 꼽힌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은 올해 초까지도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보다 1층이라도 더 높이고자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추진했다 끝내 포기했다.

조합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조합에서 40층 이상 짓기 위해 특별건축구역 설계용역까지 진행했다. 꼭 40층 넘게 올리겠다는 게 아니라 서울시에서 안 된다고 하면 39층까지는 양보하겠다는 의미였는데, 아크로리버파크보단 1층이라도 높게 짓겠다는 의지”라고 귀띔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반포지구에서는 반포1단지가 입지나 규모나 최고 아니냐”며 “돈도 돈이지만 아크로리버파크보다 층수가 낮다는 것 자체를 기분 나빠하는 주민들도 있는데, 잘 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의 특징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