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롯데캐슬 주방에는 키에 따라 싱크대의 높이를 선택할 수 있는 높이선택제를 도입했다. <롯데캐슬 홈페이지>

롯데건설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분양한 ‘경희궁 롯데캐슬’ 주방에 높이선택제를 적용했다. 싱크대를 85㎝의 표준형(Standard)과 90㎝의 높은형(High)으로 나눠, 계약자가 본인의 키에 맞는 높이를 고르도록 한 것이다. 견본주택 방문객들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살면서 불편할 수 있는 싱크대의 높이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서울에서는 여건상 높아진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평면이 나오기가 힘들다”며 “하지만 살면서 은근히 불편한 사소한 부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평면의 단점을 극복하고 수요자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디테일에 집중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건설사들이 생활과 밀접한 집안 내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분양시장은 지난달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고 빠르게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11·3대책의 대표적인 타깃 지역 서울의 경우 11월 4만5933명의 1순위 통장을 모으는데 그쳤다. 10월 1순위 청약자 11만174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장재현 팀장은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게 불가능해졌다. 또 재당첨 금지 및 1순위 청약자격 제한으로 실거주할 목적이 아니라면 청약통장을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이제 청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요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선 실수요자를 잡기 위한 고민이 한창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웃돈만 노리는 단기 투자자들에 비해 실수요자들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웃돈만 노리는 단기 투자자들은 직접 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 집을 어떻게 짓든 상관 않는다”며 “그러나 실거주가 목적인 사람들은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에 디테일에 신경을 썼을 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예컨대 대우건설이 지난 9일 경기도 시흥에서 견본주택을 개관한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는 전용면적 75A·84A·106㎡ 안방 드레스룸에 창문을 내 호평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안방 후면으로 들어가는 드레스룸은 좁고 빛이 안 드는데다, 부부욕실과도 가까워 습기에 약하다. 공사비나 평면상의 문제로 별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단지는 창문을 만들어 환기 등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행정타운 두산위브 더 파크 주방에 설치된 칸칸수납장. <두산건설 제공>

공간 활용이 쉽지 않은 소형아파트에서는 수납장을 확보 여부에 만족도가 달라진다. 두산건설이 충남 천안에서 분양하는 ‘행정타운 두산위브 더 파크’는 주방에 칸칸수납을 설치, 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2층으로 된 선반을 도입해 좁은 공간을 보다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이 외 GS건설이 경기도 용인에서 선보인 ‘동천파크자이’는 욕실에 스마트기기 거치가 가능한 트레이겸 매립휴지걸이를, 대우건설과 GS건설이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 공급한 ‘영종하늘도시 푸르지오자이’는 애벌빨래용 손빨래 수전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디테일한 상품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경우가 많다 보니 수요자들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작은 부분 하나가 아파트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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