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2016년 세밑은 '최순실 게이트'란 블랙홀에 빨려들어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정부나 기업은 매년 이맘때쯤 새해 사업계획을 구상합니다.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을 고려하고 이를 토대로 새해 목표를 잡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모두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 잡혀 언감생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경제는 결국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며 경제위기 극복능력을 자신했습니다. 일견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시장은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출렁임이 없었습니다. 되레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유 부총리 말처럼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할까요?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던 수출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생존의 기로에서 허둥대기 시작한 지 오래됐습니다. 10월 기준 제조업 가동률은 70.3%. 공장 10곳 중 3곳은 불 꺼진 상태입니다.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겁니다.

윤경용 편집국장

청년 실업률은 10월 기준 8.5%입니다. 이 역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8.5%는 통계에 잡힌 수치일 뿐 실제론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넘은 지 오랩니다. 13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처럼 한국경제를 옥죄고 있습니다.

경제주체의 중심축인 기업과 가계의 상황이 이렇게 기초체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입니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시스템도 움직이는 거 아닌가요?

체력도 보충해줘야 하고 시스템도 돌려야 하는 정부는 어떤가요. 유일호인지, 임종룡인지. 누가 경제정책을 이끌어가고 있습니까.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든 이후 경제팀 컨트롤타워가 두 달여 동안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대내외적인 변수는 쌓이는데 속수무책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당장 13일(현지시간)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예정입니다. '예고된 충격'이지만 탄핵정국으로 인한 경제팀 수장의 사실상 공백이 시장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美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금리격차가 줄어 기존에 유입됐던 선진국 자금 유출입니다.

이미 '물러날 사람'으로 인식된 유일호 부총리에게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다잡으라고 다그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경제부처 내에서 리더십이 확실하게 약해졌습니다. 유일호 유임이든, 임종룡 임명이든..결론이 필요합니다.

촛불민심에 밀려온 국회가 탄핵 가결 이후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광화문 광장을 달군 시민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일이겠죠. 촛불민심은 국정농단에 대한 엄벌과 함께 무너진 정부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고, 질긴 정경유착이란 악연의 고리를 절단하는 겁니다.

국회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의 국정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진력해야 합니다. 그 첫걸음이 경제 컨트롤타워 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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