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단대출규제 강화를 앞두고 막바지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허위·과장광고도 덩달아 늘고 있다. 특히 서울과의 접근성을 강조하기 위해 ‘강남 30분대’, ‘여의도 30분대’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단지들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분양단지 상당수가 ‘강남 또는 여의도까지 30분대’라는 교통여건을 강조하고 있다.

광주·용인·수원·평택·화성 등 경부라인에 공급되는 단지들은 ‘강남권 30분대 진입’을, 김포·시흥·안산 등 서부권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여의도 30분대 진입’을 내세우는 식이다.

실제, 경부라인에는 신분당선 연장선, 경강선(성남~여주 복선전철), GTX, SRT(한국고속철도) 등 강남권으로 진입하는 다수의 노선이 있다. 서부권에도 여의도로 연결되는 김포도시철도와 신안산선, 서해선 복선전철 등의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들 노선을 이용하면 타고 내리는 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강남권이나 여의도까지 30분 내외로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30분’이란 시간에는 역까지의 이동시간, 환승시간 등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는데 함정이 있다.

예컨대 최근 경기도 광주 태전동에서 분양에 들어간 A아파트는 수요자들에게 강남역이 30분 거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강선 경기광주역을 이용하면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3정거장,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 7개 정거장으로 30분이면 강남역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A아파트에서 경기광주역까지는 직선거리로도 2.5㎞가 넘는다. 걸어서는 갈 수 없고, 차량으로 10분 이상 소요된다.

경기광주역에서 강남역까지의 거리가 30분인 것은 맞지만 A아파트에서 광주역까지 가는 시간, 신분당선으로 갈아타는 시간 등을 포함하면 집에서 나와 강남역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최근 동탄2신도시와 평택에서 공급 중인 단지들도 수서~평택간 SRT를 이용하면 수서까지 30분 이내로 갈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동탄역과 지제역 역세권 단지는 많지 않다. 역시 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30분 이내 이동은 사실상 어렵다.

김포도시철도나 서해선 복선전철을 통해 여의도까지 30분대로 갈 수 있다는 단지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한 B아파트는 여의도가 20분 거리라고 홍보했지만 교통수단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34㎞라는 거리를 감안할 때 어떤 수단을 이용하더라도 정상적으로는 20분 만에 여의도까지 가기는 힘들다.

특히 김포 교통의 혁신으로 꼽히는 김포도시철도(2018년 말 개통 예정)를 이용할 경우 구래역에서 5·9호선 및 공항철도 환승역인 김포공항역까지 벌써 30분 가까이 소요된다. 여기에 김포공항역에서 여의도역까지는 급행열차를 타야 17분, 이마저도 일반열차를 타면 31분이 걸린다.

B아파트에서 구래역이 도보 10분 거리인 것을 감안하면 여의도역까지 가는데 1시간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서울까지 30분대라고 해야 수요자들이 심리적 저항 없이 관심을 갖는다”며 “주변으로 일자리가 있는 지역들은 상관없지만 수도권 대부분 단지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과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건설사들이 교통여건을 강조하기 위해 최상의 조건에서 잰 이동시간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수요자들은 청약 전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실제 이동거리와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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