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이라는 이름의 진통제

‘긍정’이라는 단어가 많은 이들의 화두가 된지는 오래됐다. 그럼에도 긍정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심리학, 자기계발서, 강연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만사를 ‘좋게 생각’하는 방법과 그 효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미디어를 접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긍정하는 삶이 더 마음 편하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특히나 앞날이 불투명한 수많은 청춘들은 하루하루 긍정이라는 진통제를 맞으며 순탄한 미래를 갈구하고 있다.  

불행을 억지로 긍정하지는 말자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 안 좋았던 기억을 억지로 희망과 긍정으로 포장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청춘들은 약발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금 강연과 서적들에 손을 뻗어 그들이 주는 진통제를 받아 든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동반한 녹록지 않은 생활 속에서 긍정의 약발은 영구하지 않다.     
사실 어떤 삶이라도 그리 간단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특히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쓰고 있는 필자처럼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삶은 순탄하지 않다.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난다.

보통의 청춘들의 경우엔 취업 실패,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뒤따르는 기존 관계의 소원 따위가 그럴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나쁜 일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이를 긍정적으로 극복하려 무던히도 애쓴다. 그러나 필자는 나쁜 일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긴 어렵다고 본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부정’이라는 심리는 언제든 불쑥 나타나 긍정이라는 포장지를 벗기려 든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나쁜 일에 강제로 긍정의 포장지를 씌우지 말고, 희미해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긍정적으로 여길 만한 일은 없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간의 삶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자, 이제 눈을 감고 더듬어보자. 지난 삶의 어떤 시점부터 당신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떠올려보는 것이다. 이것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종이에 적어 보면 더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나의 삶 전체, 또는 지난 한 해, 하다못해 오늘 하루 동안의 시간이라도 상관없다. 어떤 일들이 있었나.

가령 필자의 지인의 경우, 그는 작년 말 2년 반가량 교제하던 연인과 헤어졌고, 다음 달엔 겨우 서류 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마지막이라 마음먹고 지원한 공모전에서 탈락했고, 그 후 운 좋게 취직에 성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에 실패해 사직서를 냈다.

그는 그간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반면에 긍정적인 일도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던 동창생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그곳에서 다양한 직군의 또래 단골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 그 결과 새로운 진로를 향해 의기투합할 재능 있는 파트너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이제 새로이 목표를 갖고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실패와 아울러 양질의 인간관계와 삶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새 시작의 희망을 얻었다.

그 친구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젊은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그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남자를 두세 명쯤은 만날 수 있다. 이 친구에 비해 당신의 삶은 어떠했나. 생각해보면 아예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항상 그런 일들만 기억하지만, 마라톤 선수가 경기 중 얼굴에 흠뻑 끼얹는 물처럼 달콤한 순간도 분명히 있다. 삶에 있어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적절한 비율로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고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덧붙여 당신이 종이에 적은 그 좋고 나쁜 일들이 어떤 결과로 흐르게 되었는지 떠올려보자. 뜻밖의 행운과 불행을 맞았다고 해서 당신의 삶이 크게 바뀌고 비틀렸는가. 아마 많은 이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삶에 굴곡이 있다 해도 철로 밖으로 탈선할 만큼 큰 화복을 겪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소한 좋은 일들을 찾아보자

뜻 없이 찾아오는 호사란 게 길에서 금덩어리를 줍듯 어마어마할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는 않다. 소소한 행운과 호사들을 많이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쁜 기억에 애써 긍정의 프레임을 씌우기보단, 좋은 일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 지인의 사례처럼 우연한 기회에 좋은 인맥을 쌓게 되었다든지, 지루한 영화를 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배우를 찾았다든가, 비 때문에 습한 출근길 전철에서 운 좋게 자리에 앉았다든지 혹은 도서관에서 호감이 가는 이성을 만났다든가, 매우 간단한 것들이다.

그런 작은 행운들을 계속해서 발견하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삶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함께 한다는 것을, 또 나쁜 일이 남긴 생채기를 씻어낼 좋은 일이 얼마든지 찾아오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생활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불쑥 얼굴을 내미는 것이 단지 ‘불행’만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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