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살고 있는 한모씨(39세)는 벌써 며칠째 같은 단지의 분양광고 스팸문자를 받고 있다. 견본주택 오픈 고지부터 청약 일정, 경품 안내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문자에는 ‘본 SMS는 관심고객 중 문자수신에 동의하신 고객님들께 보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지만 동의는커녕 한 달 전 분양문의 번호로 전화해 견본주택 오픈이 언제냐고 물은 게 전부다.

한 씨는 “오픈 일정만 묻고 내 번호도 남기지 않고 끊었는데 관심고객은 뭐고, 누가 문자수신을 동의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달 들어 이 아파트 외에도 3곳에서 더 문자가 왔는데, 이름도 처음 듣는 단지들이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따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분양광고 스팸문자가 기승이다.

분양광고 스팸문자는 분양시장이 침체됐던 2~3년 전까지 극성을 부리다 단속이 강화되고 부동산경기가 회복되면서 점차 줄었다. 하지만 미분양이 늘고 11·3대책 여파로 분양열기까지 식으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광고문자는 수신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동의하지 않은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는 데서 심각성이 크다.

분양업체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상당수가 모델하우스를 통해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하우스는 대부분 상대방의 번호가 뜨는 전화기를 사용한다. 고객이 문의를 위해 전화를 거는 순간부터 번호가 넘어가게 된다. 고객이 휴대전화가 아닌 유선으로 전화를 걸더라도 상담원 배정 후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방법으로 휴대전화번호를 받아내기도 한다.

이 외에도 경품 제공, 이벤트 참여, 분양 상담 등의 이유를 들어 개인정보를 취합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번호를 많이 확보할수록 홍보마케팅에 유리하다”며 “분양 2~3개월 전부터 유효고객들의 번호를 얻어내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델하우스에서 축적된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해당 단지의 분양이 끝나면 폐기돼야 하지만 현실에선 분양업체의 손에 넘겨져 판매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개인정보 유통이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 당사자는 번호를 바꿀 때까지 스팸전화나 문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분양광고 문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회사원 박모씨는 “5년 전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견본주택을 찾았다 딱 한 번 휴대전화번호를 남긴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송도에서 분양이 있을 때마다 연락이 온다”며 “심지어 집 보러 가본 적도 없는 용인에서도 문자가 온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분양대행사나 분양업자 개인끼리의 유통까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번호가 한 번 퍼지면 끝이라고 보면 된다”며 “우리끼린 바이러스라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동의 없이 유출하거나 공개하는 경우 행정처분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제재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우선은 수요자들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지 않고, 경품·이벤트용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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