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 리스크 증가 속, 부동산시장 연착륙 시도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높아지는 하방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재건축과 신규분양을 중심으로 지역별 과열 양상이 심화되던 부동산시장이 11.3 대책 발표 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다. 시장변화에 민감한 서울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가파른 호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수 년 만에 본격화된 부동산규제책에 더해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주택시장의 입주증가 등 하방 리스크가 구체화되면서 2017년 부동산시장의 연착륙과 안정세가 유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3 부동산대책 + 대출규제-금리인상-입주증가 리스크 확대

11.3 대책 이후 일시 중단됐던 분양시장이 12월 재개됐지만, 강화된 청약규제에 따라 실수요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관심이 이어지겠지만 종전보다 계약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비인기 지역의 미분양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

지난 11월 24일 금융위원회가 2017년 분양 사업장부터 집단대출의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고, 12월부터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 Debt Service Ratio)이 자율 시행될 예정이다. 동시에 본격화되는 부동산-금융 규제책이 수요시장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시장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속도는 가팔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9월부터 상승세를 띠고 있는 국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11월 15일 기준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최대 연 5%에 육박하기도 했다. 변동금리 대출수요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부동산시장의 위축과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17년부터 급증하는 주택 입주량의 부담도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전국에서 입주하는 새아파트는 37만 3천여 가구로 2016년에 비해 31% 증가한다. 연간 12만 3천여 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집계된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과 세종, 충북지역의 입주량이 늘어난다. 부산, 울산, 경상권의 입주량도 전년대비 급증해 아파트값 상승세를 둔화시키고 하락지역의 조정은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불안한 국내정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커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거시경제 악화,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극화 전략과 실수요 지원으로 연착륙 유도해야

부동산-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인상과 주택 입주량 증가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양극화된 시장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고 실수요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

2016년 전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전년에 비해 둔화됐지만, 하락세를 보인 지방과는 달리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강원, 제주 지역이 오름세를 띠며 양극화는 심화됐다. KB국민은행 아파트가격지수에 따르면 노후아파트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개발호재와 자금유입이 이어진 ▲서울(3.43%) ▲부산(2.75%) ▲강원(2.58%) ▲제주 서귀포시(8.14%) 등의 지역은 상대적 강세를 띠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급등한 가격과 늘어난 공급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해진 ▽대구(-2.95%) ▽경북(-3.09%) ▽충북(-1.62%) ▽충남(-1.59%) 등지는 하락했다.

2017년에도 지역별 상품별 온도차는 나타날 것이다. 상대적으로 주택 입주량이 부족한 곳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하방 압력 속에서도 부동산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띠거나 소폭 오를 수 있다. 속도가 빠른 재건축아파트나 실수요가 선호하는 도심 소형아파트 거래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청약규제와 공급부담으로 분양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개별 상품성에 따라서 새아파트에 대한 선호현상 또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움직이는 선호지역과 상품을 중심으로 거래시장을 연착륙시키면서 입주지역의 역전세난이나 공급과잉지역의 미분양 등을 관리하는 이중 전략을 써야 한다.

2017년에 주택 입주량이 증가하면서 전월세시장이 2016년보다 안정되고 실수요 주택 거래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에 따라 전세가격 하락이나 재고주택의 가격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전세 부담으로 저가매수를 고려하는 대기수요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등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실수요 재정지원이 충분하다면 저가매수 중심의 거래가 형성되면서 주택시장의 조정도 급랭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

입지와 상품성에 근거한 저가매수전략 유효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부동산시장의 둔화와 하향 조정이 나타날 전망이다. 2016년까지 나타난 수도권 중심의 활황기가 일단락되고, 먼저 조정이 시작된 지방의 주택 입주량 급증 지역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둔화가 진행되며 부동산시장의 연착륙 시도가 예상된다.

조정 압력을 받는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되, 개인 투자자 역시 양극화된 시장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복기를 대비한 투자라면 장기 보유가치와 투자성이 높은 지역과 상품을 선별하고, 저가매수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시장의 조정기간을 고려해 투자호흡은 2016년보다 길게 가져가는 게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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