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후 첫 분양…줄 사라지고, 견본주택 내부는 썰렁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견본주택 개관 첫 날인 25일 오후. 방문객이 많지 않아 견본주택 앞이 썰렁한 모습이다.

11·3대책 후 사실상 중단됐던 신규분양이 재개되면서 지난 주말 서울에서만 7개 단지가 견본주택을 개관했다.

이번에 나온 단지들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집단대출 원리금 분할상환 원칙에서 벗어나는 데다, 실수요가 탄탄한 지역에 위치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약 한달 전의 분양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 만큼 차분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에서 △경희궁 롯데캐슬 △래미안 아트리치 △목동 파크자이△신촌 그랑자이 △연희 파크 푸르지오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등 7개 단지의 모델하우스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서울은 11·3부동산대책에 따라 25개구 전역이 조정 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1순위 청약제한과 재당첨 금지가 적용되고, 강남4구는 입주 때까지 나머지 21개구는 계약일로부터 1년 6개월간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게 됐다.

처음 대책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일선 현장에서는 서울은 실수요가 탄탄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대내·외적 악재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잔금대출 규제 예고 등이 더해지면서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조치 후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송파구 풍납동의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견본주택은 오픈 기간 내내 차분함을 유지했다. 지난달 분양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모델하우스가 8만여 명의 방문객으로 북적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 모델하우스 방문객은 “고덕 그라시움 견본주택에는 별 생각 없이 갔었는데, 이번에는 1순위 자격이 되는지 자금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돼 모델하우스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텐데, 방문객이 많은 게 이상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비강남권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단지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예전과 같은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포구 대흥동의 ‘신촌 그랑자이’는 지난달 처음 분양 계획을 잡았을 당시만 해도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와 비교되며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번에도 십여 미터의 대기줄이 형성되긴 했지만 수백 미터에 달했던 신촌숲 아이파크와는 차이를 보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견본주택에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줄을 서긴 했어도 정작 내부에는 방문객이 많지 않아 차분한 분위기라 하더라”라며 “대책 발표 전만 해도 신촌숲 아이파크보다 관심도가 훨씬 높았는데 지금으로 봐선 역전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달 초 같은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와 같은 위치에서 견본주택을 개관한 ‘경희궁 롯데캐슬’ 역시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는 대책 전 마지막 수혜 단지로 꼽히며 약 3만 명이 모델하우스를 찾았지만 경희궁 롯데캐슬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방문객은 “당연히 줄 서겠거니 하고 왔는데 줄은커녕 내부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분양 관계자는 “시간대별로 방문객이 몰리기도 빠지기도 한다”면서도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분양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방문객 수가 너무 적어 이번에 뻥튀기를 좀 했다”며 “그대로 공개하면 향후 청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실제보다 2배 넘게 부풀렸다”고 귀띔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가수요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방문객이나 청약경쟁률은 이전보다 빠지겠지만 그렇다고 분양시장 전체가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양극화는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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