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 앞에 위치한 철길공원. 나무 몇 그루가 있는 수준이라 숲을 뜻하는 '포레'라는 단지명을 쓰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단지명만 보고도 어떤 아파트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역·시공사·주변환경 등을 아우르는 단지명을 지음으로써 이름만 들으면 사전 정보가 없는 수요자라도 아파트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단지명이 첫 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행정구역이나 주변환경 등에 관계없이 이름을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보다 꼼꼼한 현장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의 정보를 이름에 담는 작명법이 인기다.

예컨대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반포 아크리버뷰’는 이름만 들어도 반포지구에 대림산업이 시공한 한강 조망 가능한 아파트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반포’라는 지역명과 ‘아크로’라는 시공사 브랜드, ‘리버뷰’라는 펫네임을 더하면 이 같은 정보가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법에 의하면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2차’는 현대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호수변에 짓는 아파트임을, ‘다산 금강펜테리움 리버테라스2차’는 금강주택이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시공하는 강과 인접한 테라스 평면이 적용된 아파트임을 눈치 챌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과 브랜드를 더해 만들던 단지명에 펫네임까지 붙으면서 이름만으로도 어떤 아파트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며 “이름에서 첫 이미지가 결정되는 만큼, 조합(재건축·재개발인 경우)이나 건설사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좋아 보이는 옆 지역의 이름을 갖다 쓰거나 펫네임을 과장해 이미지를 포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달 서울 양천구에서 분양 예정인 ‘목동파크자이’는 행정구역상 신정동에 위치했지만 목동이란 이름을 붙였다. 또 ‘신촌그랑자이’ 역시 서대문구 신촌동이 아닌 마포구 대흥동에 들어서는 데도 신촌이란 지명을 썼다.

물론 이들 단지는 목동과 신촌 생활권에 위치해 수요자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신정동과 대흥동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목동과 신촌이란 이름을 사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생활권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해당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수요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 용인의 ‘광교상현 꿈에그린’은 상현동에, 인천 연수구의 ‘송도 동일하이빌 파크레인’은 동춘동에 위치한다. 하지만 이름만 들은 수요자들은 광교신도시와 송도국제도시를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달 서울 용산구에서 분양된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는 숲을 뜻하는 ‘포레(포레스트)’를 포함했지만 단지 앞에는 철길공원이 있을 뿐이다. 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는 수준이라 숲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현재는 단지명 관련 법 규정이 없어 과장을 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수요자들이 단지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실제 현장을 찾아 입지나 주변환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